2022.07.14

글로벌 경제 향방, 인플레이션에 달렸다

8 분
 
 

세계 경제 전망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AB는 2023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나 아직 모든 분야의 경기 침체가 재앙적인 수준은 아닙니다. 그리고 만약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어느정도 억제할 수 있다면, 경제와 금융의 회복이 가시권이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쉽사리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중앙은행들은 더욱 공격적인 긴축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단 그래프).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올해 들어 금리를 150bp, 영란은행은 125bp 인상했으며 유럽중앙은행은 7월부터 긴축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호주와 캐나다 그리고 신흥국 전역의 중앙은행들도 통화 긴축정책을 강화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조치가 있을 것을 예고했습니다.

 

경기침체를 단정할 상황은 아니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음

긴축 통화정책은 필연적으로 경제성장 둔화를 수반하며 금융시장의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지속되는 금리인상이 조만간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쉽게 단정할 순 없지만, 최근 몇 달 동안 그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사는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했습니다 (하단 그래프). 현시점을 기준으로 거의 모든 주요 경제 분야에서 2023년 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관측되고 경제의 둔화가 '경기침체'의 기술적 정의에 부합하든 그렇지 않든, 향후 몇 분기 동안에는 인플레이션의 부정적 여파가 계속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당사는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만큼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기 전까지는 금융시장의 상황에 대해 안도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욱 복잡해진 중앙은행의 셈법

중앙은행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요인들이 그들의 통제를 벗어나 있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시장은 아직 코로나 팬데믹 셧다운의 여파로부터 온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이고 공급망 붕괴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공급망 붕괴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이 두가지 문제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현 상황에서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금리를 올리고 대차대조표를 축소해 수요를 현재의 공급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뿐입니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긴축의 수준이 너무 미미하거나 느리게 진행되면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낮출 수 없으며 이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고인플레이션 시대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반면 지나친 긴축은 도리어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 있고 만약 공급 측면이 회복한다면 급속한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중앙은행은 두 시나리오를 절충하여 점진적으로 긴축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으며 연준의 통화 정책도 점점 더 빠르고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정책 당국이 침체의 위험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더욱 공격적이고 급격한 긴축 사이클을 설계할 수 있을까요? 경제를 연착륙 시킬 가능성은 매달 높아지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희박해지고 있습니다. 공급측면이 눈에 띄게 회복하여 통화정책으론 통제할 수 없었던 물가를 완화시키지 않는 한, 중앙은행들은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결과를 받아들게 될지라도 계속해서 공격적인 긴축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최근 더욱 어려워진 거시경제 환경을 고려하면 금융시장이 위축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되려 이는 시장이 균형을 회복하는데 있어 더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통화정책은 금융시장의 시스템을 통해 작동하는데 높은 금리, 확대된 신용 스프레드, 낮은 주식가격은 정책입안자들의 바람대로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당사는 시장의 변동성이 여전히 높고 인플레이션의 전망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앙은행들이 단기적으로 시장을 지원할 것으론 예상하지 않습니다.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본 경기하강의 양상

단기 경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지만, 과거의 글로벌 금융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때와는 달리 모든 지표가 재앙적인 수준은 아닙니다. 경기 둔화 과정도 완만하고 그 출발점도 비교적 견조합니다.

먼저, 가계 재정상태가 긍정적입니다. 저축은 증가하고 있고 노동시장은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총소득도 견고합니다. 덕분에 적어도 향후 몇 분기 동안은 수요가 급격한 하락을 보이지 않고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이번 사이클의 속도를 고려했을 때, 경기침체의 유력한 전조 증상인 기업 부문의 ‘과도한 레버리지’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회복의 원천들은 앞으로 몇 달 동안 닥칠 피해를 제한할 것입니다.

또 중요한 점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전세계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현재 서구 국가들에 지배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일종의 가격 압력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서구의 중앙은행들은 긴박하게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금융정책은 여전히 매우 완화적입니다. 중국의 경우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재정정책도 완화적입니다. 중국의 재정 및 통화 정책입안자들은 경제를 다시 정상화시키기 위해 오히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완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가 안정을 찾아감에도 신흥경제국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음

중국은 세계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제로코로나’ 정책을 위해 강력한 봉쇄 정책을 실시한 것이 지난 몇 달간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중국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은 세계 경제를 보다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기 위해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중국의 경제 지표는 봉쇄 정책으로 인해 한동안 악화되었지만 지난 2분기 말 반등에 성공하며 긍정적인 전망을 시사했습니다. 당사는 중국 경제가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합니다. 중국 경제 당국 역시 2022년 공식 GDP 성장 목표인 5.0%~5.5%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 등 지역에 위치한 신흥국에서는 중앙은행이 실시하고 있는 긴축 정책이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의 가시적인 징후가 나타날 때까지 방심할 순 없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인플레이션 사이클은 독특하며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악순환을 막기 위해 경제 성장을 포기할 만큼 매우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당사는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신흥국 시장의 경제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2023년 선진국 시장과 신흥국 시장의 격차가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신흥국 시장에서 이러한 현상이 긍정적인 것으로 여겨져서는 안 됩니다. 두 시장 모두 성장은 평균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선진국 시장의 중앙은행이 긴축정책을 강화한다면 신흥국 중앙은행들도 이에 발맞춰 건전한 수준의 명목 금리 상승 완충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긴축주기를 연장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신흥국 시장의 경제성장 전망을 위태롭게 만들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초래하는 사회적, 재정적 위험

일반적으로 경제 경착륙은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신흥 시장의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킵니다. 하지만 이번 상황에서는 전쟁으로 인한 식량 공급의 어려움과 높아진 환율전가(exchange rate pass-through) 리스크, 즉 통화 이동과 더 비싼 수입물가를 통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전이되는 현상 등의 요인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의 감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높아진 인플레이션은 신흥국의 재정을 악화시키고 사회적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여파는 이미 몇몇 신흥국에서 발생되고 있는데 해당 국가들은 인플레이션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보조금을 늘리거나 가처분소득을 채우기 위해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된 지원금도 늘리고 있습니다. 글로벌 거시 경제가 물가를 억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수록 재정의 분절화(fragmentation) 위험성도 더욱 커집니다. 그럼에도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을 단숨에 제압하고자 긴축정책을 섣불리 강화시킨다면, 이는 도리어 신흥국의 부담을 더욱 가중 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이 진정될 때까지 자산가격은 갈림길에 놓여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큰 그림을 요약하자면

인플레이션이 증가하는 와중에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으므로 글로벌 경제 전망은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중앙은행들에게는 최적의 대안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플레이션에 맞서 금리를 인상시킨다면 경제 성장을 해칠 수 있고, 인플레이션을 방치한다면 이는 걷잡을 수 없는 더 큰 혼란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중앙은행들은 저성장과 금융시장의 실적 부진을 감내해서라도 인플레이션에 정면으로 맞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사이클에서 우리가 주시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핵심입니다. 당사의 예측대로 일단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기대치가 고정된다면 중앙은행들은 경제 성장에 더욱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완화된 후 중앙은행들이 경제 성장에 더 중점을 두게 된다면, 그 자체로써 글로벌 경제 및 금융의 회복이 가시권에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입니다. 한편, 변동성은 금융시장에서 지배적인 주제로 남게 될 것입니다.

상기 견해는 AB 내 모든 운용팀의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며 추후 수정될 수 있습니다. 본 자료는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특정 증권 및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 투자 조언 또는 추천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됩니다. 본 자료에 제시된 견해 및 의견은 AB의 내부적 예측에 기초하며, 미래 시장 성과에 대한 지표로 삼을 수 없습니다. 이 자료에서 언급한 어떤 전망이나 견해도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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