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30

헝다 사태는 중국판 리먼 사태가 될까?

6 분
 
 

헝다 그룹(恒大, 이하 ‘헝다’)의 재무상태와 관련하여 최근 보도되고 있는 뉴스는 중국 부동산 개발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를 크게 흔들었습니다. 이제 공포는 헝다를 넘어 중국의 다른 부동산 개발 기업에까지 퍼지고 있고 이들 기업의 회사채 가격 또한 하락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중국판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목격하고 있는 것일까요? 헝다의 파산 위기가 체계적 금융 위기를 촉발하게 될까요?

 

AB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부동산 섹터의 자금 조달 압력을 완화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헝다발(發) 위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할지 내다보기에 앞서 지금까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 개의 레드라인(Three Red Lines)’을 위반한 헝다

헝다는 개발도상국에서 가장 큰 부동산 개발 기업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5,700억 위안(880억 달러)의 부채를 가지고 있어 세계적으로 가장 부채가 많은 기업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부채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자산 유동화를 통해 부채를 상당히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헝다의 재무상태는 최근 유동성이 심각하게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헝다가 발행한 채권은 디폴트 직전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9월 23일에 이자 지급이 되지 않고 30일이 지나면 공식적으로 디폴트 상태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헝다의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건 아닙니다. 지난 10년 간 중국의 부동산 개발 기업들은 공격적인 확장 계획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차대조표를 부채로 부풀렸습니다. 부채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체계적 위험에 대한 규제 당국의 우려도 높아졌습니다.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2020년에 이른바 ‘세 개의 레드라인(Three Red Lines)’이라고 불리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이 정책은 부동산 개발 기업 대차대조표의 자본대비 순부채비율(net debt-to-equity), 단기부채대비 현금비율(cash to short-term debt), 총자산대비 부채비율(liabilities to total assets) 등 세 가지 지표가 특정 범위 내에서 유지되도록 함으로써 추가적인 부채 증가를 제한하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세 개의 레드라인’ 정책은 많은 부동산 개발 기업이 부채를 줄이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부동산 개발 기업들과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많은 부채를 보유한 헝다는 이 규정을 준수하는 데 있어 손쓸 수 없는 역풍을 맞았습니다.

헝다 사태는 중국판 리먼 사태? 체계적 위험 평가해보기

중국 정부는 헝다가 꼭 구제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경제 환경 속에서 부동산 개발 기업, 그 기업이 헝다라고 해도 체계적으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첫째, 대차대조표의 거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헝다의 중국 부동산 시장 점유율은 4%에 불과하므로 헝다의 위기가 ‘너무 중요’하다고까지 할 수는 없습니다. 둘째, 중국 당국은 부동산 개발 기업 하나를 구제함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일은 피하고자 할 것입니다. 셋째, 부실한 기업이 도산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자본시장의 전반적인 건전성을 개선하겠다는 중국의 목표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오히려 회사채 투자자에게 이로운 일입니다.

물론 헝다와 같은 부동산 개발 기업이 개별적인 수준에서는 체계적 중요도가 낮을 수 있지만, 중국의 부동산 섹터 전체는 중국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중장비 및 건축자재 공급기업과 같이 부동산 개발 기업에 의존하는 섹터의 총 부채는 101조 위안에 달하고 이는 중국 금융 시스템의 35%, 중국 GDP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따라서 개별 부동산 개발 기업이 채무불이행에 빠지거나 파산할 수 있지만 중국 정부는 그 여파가 섹터 전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적어도 아직은 그러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역외 아시아 회사채 시장 일부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로 인한 약세가 나타났음에도 중국 역내 회사채 시장과 은행 간 시장(interbank market)에서 명백한 체계적 위기의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2018년 무역 전쟁과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 발병으로 최근 중국이 힘든 시기를 보냈을 때는 채권 발행이 급감했고 역내 시장의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되었습니다. 현재는 이런 반응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하단 그래프)

 

체계적 붕괴의 또 다른 지표가 될 수 있는 은행 간 시장에서도 은행 간의 차입금리가 중국인민은행의 공개시장조작(open-market operation) 금리를 밀접하게 추종하는 등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단 그래프)

 

그렇지만 위기 확산의 가능성이 증가할 경우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대형 국책은행들과의 협력과 잠재적인 정책 조정을 통해 중국 정부는 부동산 섹터의 자금 압박을 완화하고 투자 심리를 되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부동산 개발 기업이 제공하는 기회…그리고 리스크

AB는 대부분의 중국 부동산 개발 기업들이 이 단기적인 변동성을 그럭저럭 잘 헤쳐 나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나 만약 역외 채권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감소하여 부동산 개발 기업의 역외 리파이낸싱을 어렵게 만들 경우 금융 시장의 혼란은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액티브 투자자는 시장 변동성 확대를 견딜 수 있는 채권 발행자를 찾아야 합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필요할 때 다른 유동성 공급원에 접근하거나 현금화할 수 있는 고 퀄리티의 자산을 소유하는 기업을 의미합니다. 또한 투자자들은 채권 가격이 하락하는 잠재적 기회를 주시하고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시기에 개별 기업은 디폴트 및 부채 재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각 기업의 신용 상태를 철저히 살피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중국 시장의 경우 이러한 조사를 통해 중국 정부가 특정 기업이 도산하도록 방치하려고 하는지 아니면 구제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의지를 평가할 수 있게 됩니다. 즉,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가 어떤 기업을 체계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기는지를 더 잘 예측하기 위해 체계적인 프레임워크를 적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결론적으로 헝다를 둘러싼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겠지만, 투자자들은 뉴스의 헤드라인 너머를 바라보면서 중국 회사채 시장의 위험을 적절히 평가하고 잠재적 기회를 식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 콘텐츠 작성에 도움을 주신 조나단 량(Jonathan Liang)과 제러미 황(Jeromy Huang)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상기 견해는 AB 내 모든 운용팀의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며 추후 수정될 수 있습니다. 본 자료는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특정 증권 및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 투자 조언 또는 추천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됩니다. 본 자료에 제시된 견해 및 의견은 AB의 내부적 예측에 기초하며, 미래 시장 성과에 대한 지표로 삼을 수 없습니다. 이 자료에서 언급한 어떤 전망이나 견해도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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