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미국 대형 성장주가 AI를 중심으로 한 랠리로 주목받는 동안, 월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는 전혀 다른 흐름이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유럽과 일본을 포함한 미국 외 지역에서는 가치주가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비주류 이미지에서 벗어나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이제 막 시작 단계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올해 글로벌 주식시장은 여러 면에서 예상 밖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본과 유럽 주식은 미국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이외 지역의 가치주로 구성된 MSCI EAFE Value Index는 달러 기준으로 11월까지 36.5% 상승하며(하단 그래프), MSCI EAFE Growth와 전반적인 지수를 상회했습니다. 이는 성장주가 여전히 우위를 유지한 미국 시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가치주 회복을 이끈 요인
2025년 시작 무렵, 이례적으로 매우 낮은 밸류에이션에서 출발했던 가치주가 회복세를 보이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첫째, 가치주에 속한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둘째, 유럽 은행과 방위 산업을 포함한 주요 가치주 중심 업종들의 성과가 두드러졌습니다. 특히 유럽 은행의 경우,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짐에 따라 수익성 개선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셋째, 아시아 지역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이 점차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과 미국의 안보 보장 체계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지역 방위비 지출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정상회의(European Council)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방위비 지출은 2024년에 19% 증가한 3430억 유로로, 이는 GDP의 1.9% 수준입니다.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는 회원국에게 향후 수년간 국방 예산을 GDP의 최소 3% 수준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유럽 전체 군사 지출을 연간 약 2200억 유로 추가로 늘릴 수 있는 요인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는 지역 내 대형 방위산업 업체들에게 사업을 확장하는 기회로 이어지며,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배당 지급 여력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해당 기업들은 가치주 그룹 내에서 비중이 높은 종목들로 평가됩니다.
‘아시아 기업지배구조 개혁’이라는 또 다른 촉매제
한편 아시아 전반에서는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중시하는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중국, 한국, 일본은 주주가치 제고를 목표로 각종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규제 당국이 기업들에 대해 상호출자 구조를 축소하고, 내부에 축적된 현금을 활용해 영업 레버리지를 높이고 재무구조를 효율화하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매력적인 밸류에이션과 수익성 개선의 여지가 있는 일부 일본 기업들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역시 2024년 발표된 ‘9대 지침’을 통해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치들은 수익성, 배당, 자사주 매입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자본 운용과 영업 성과 개선을 유도하는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는 오랜 기간 저평가 종목 비중이 높았던 한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을 제고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추가 상승의 가능성
지난해 뛰어난 성과를 기록한 이후, 미국 외 지역 가치주의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투자자들이 의문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수 있다고 판단할 만한 충분한 근거들도 존재합니다.
첫째, 앞서 언급한 촉매 요인들은 장기적인 추세로,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럽의 방위비 지출 증가는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을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의해 추진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지배구조 개혁은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되는 과정으로, 정책 주도형 변화는 다소 불규칙할 수 있지만, 아시아 지역에서는 더 많은 기업이 주주를 위해 경영 구조를 개선하는 이점을 인식하게 되면서 선순환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둘째, 가치주에 우호적인 다른 테마들도 점차 형성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업용 항공기에 대한 수요 증가, 침체됐던 농산물 가격의 회복, 팬데믹 이후 위축됐던 헬스케어 연구개발 지출의 정상화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시장 인식보다 견조한 사업 구조를 보유한 일부 가치주 기업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셋째, 아직 반등하지 않은 가치주 시장의 일부 영역이 새로운 동력에 의해 부각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달러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지금까지 가치주 랠리에 본격적으로 동참하지 못한 신흥국 주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전히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2025년 반등 이후에도 미국 외 지역의 가치주는 여러 지표에서 여전히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수준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MSCI EAFE Value Index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FE, price-to-forward-earnings ratio)은 성장주 대비 43%, 전체 시장 대비 21%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하단 그래프).
잉여현금흐름(FCF) 수익률 역시 가치주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FCF 수익률은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을 기준으로 저평가 또는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운용팀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일본 간에는 FCF 수익률과 국채 수익률 간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유럽과 일본에서 위험을 감수할 만한 보상이 상대적으로 크고 가치 투자 기회가 더 많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반면 미국 주식은 국채 대비 실질 FCF 수익률 스프레드가 음의 영역에 있어 밸류에이션 부담이 존재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FCF 수익률 분석은 미국 시장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AI 중심의 시장 환경에 대한 안정성 논의가 커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미국 외 지역 가치주에 대한 자산 배분 논리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2026년에 접어들면서 금융시장은 다양한 위험 요인에 직면해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선별적이고 위험을 고려한 접근 방식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세 가지 영역에서 가치 투자 기회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기업,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가 과소평가된 기업, 그리고 산업 내 경쟁 구도가 개선되는 과정에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업들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수년간의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원칙을 지켜온 가치 투자 전략이 점차 성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한 수익 잠재력을 지니고, 회복 스토리를 갖춘 글로벌 가치주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주식 포트폴리오를 분산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늦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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