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4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글로벌 투자에 미칠 장기적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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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냉전 이후 유럽의 평화를 공고히 하려는 수십년 간의 노력을 무너트렸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른 새로운 세계질서는 투자자들의 자산클래스 및 채권 분석을 결정짓는 광범위한 이슈들을 휘저어 놓았습니다.

 

우리가 우크라이나에서 목격하고 있는 인도주의적 비극은 전세계를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우리는 30년전 소련 붕괴 이후 유럽 전역에 퍼진 평화와 안보를 더이상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주식 및 채권 투자자들은 이제 지정학적 사건이 글로벌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러한 거시적 트렌드가 어떻게 개별 국가와 기업에 영향을 주고 투자 대상 증권의 선별 과정을 형성하는지에 대해 기존의 생각들을 모두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아직 속시원한 답변보다 의문들이 더 많기는 합니다만, 우리 투자팀이 검토하기 시작한 큰 이슈 중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유럽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유럽국가들은 지난 수년 동안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늘려갔습니다. 침공 이전, 러시아는 EU와 영국의 천연가스 수입량의 1/3가량을 담당했습니다. 특히 독일, 이탈리아, 헝가리와 폴란드 같은 국가들의 의존도가 높았습니다. 또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럽은 러시아산 석유의 약 60%가량을 수입했습니다. 이제 유럽국가들은 기존의 에너지전략을 새롭게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단기적으로는 대체적 화석연료 공급원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한편 러시아는 유럽 에너지 시장에서 배제될 경우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공급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방산 분야가 급작스럽게 유럽의 우선순위로 떠올랐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은 2022년 예산에서 전년도의 두배 이상인 1000억 유로를 국방비에 배정했는데 이는 2차대전 이후 역사상 유례없는 움직임입니다. 분쟁으로 주식시장이 하락을 경험하는 와중에도 일부 유럽 방위산업체들의 주가는 상승했습니다.

에너지와 방산에 대한 수요는 유럽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3월 9일과 10일 프랑스에서 27명의 EU 정상들은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방위비 지출 예산을 조율하기 위한 전략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언론보도는 EU가 이러한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공동 채권을 발행할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러한 전개는 유럽의 정치경제적 통합에 있어 큰 전환점으로, 자산 클래스 전반에 걸쳐 투자자들에게 의미 있는 시사점을 안겨줍니다.

원자재 시장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에너지, 철강 그리고 기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20년 전의 경향이 되풀이되는 모습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원자재 시장의 상황은 수요 측면의 요인으로 발생했던 2000년대의 원자재 슈퍼사이클과는 달리 공급충격에 의해 나타나는 것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공급의 약 1/4을 담당합니다. 비료 또한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입니다. 식량과 연료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수출품의 주요 수입국인 이머징마켓 국가들이 경제적 충격과 사회불안에 취약해지고 재정 건전성 회복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은 완전히 작동하기 전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때까지 공급 부족으로 충족되지 못한 수요를 조절할 유일한 방법은 수요를 분쇄할 만큼의 가격상승이며, 이는 일부지역에서의 경기불황을 촉발할 수 있습니다.

원자재 시장은 이제 막 경제제재의 파급효과를 반영하기 시작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자재 시장은 생산원료, 운송 및 정제 역량 등의 변화와 함께 오늘날의 모습과 굉장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공급을 대체하기 위한 대체에너지원, 에너지 효율성 및 신소재 분야서의 투자가 가속될 것입니다.

탈세계화는 가속화되고 있는가?

팬데믹 기간 동안의 공급망 교란은 수십년 간 진행되었지만 포퓰리즘의 대두로 이미 위협받고 있었던 세계화를 더욱 위태롭게 했습니다. 러시아가 여러 시장에서 퇴출됨에 따라 탈세계화가 더욱 급격하게 진행될까요? 아직은 이런 말을 하기에는 너무 이른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탈세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시그널을 보여주는 수출 데이터와 신규 투자 프로젝트 지표들을 주시해야 합니다.

더 많은 기업들이 모국 시장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기업들이 더 이상 가장 효율적인 장소에서 생산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본국으로의 귀환은 국내 투자를 촉진시켜 더 높은 임금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국내 내수 확대에 기여할 수도 있습니다.

포트폴리오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선거에서부터 전쟁에 이르기까지, 지정학적 이슈의 결과를 예상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투자자들은 대개 정치적 동향을 주시하지만 주식과 회사채의 펀더멘탈 분석은 수익과 리스크의 비즈니스 동인에 의해 좌우되는 면이 더 컸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과 서방제재의 규모는 투자자들에게 낮은 확률이지만 큰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적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기도 하며 기업들과 자본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주요 지정학적 사건에 적용하는 리스크 프리미엄 산정방식을 재고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몇몇 경우에서 발생 확률이 낮은 리스크는 평가가 지나치게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그냥 무시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천재지변에 가까운 사건들이라면 이런 접근방식이 정답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기존에 발생 확률이 낮다고 여겨지던 사안으로 인해 리스크가 큰 자산에 투자하지 못하게 되거나, 적어도 리스크 프리미엄을 더 높게 계산하는 방식으로 수정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ESG 이슈들을 재평가해야 하는가?

에너지 경색은 탄소완전중립을 향한 전세계적 시도에 큰 의문점을 안겨주었습니다. AB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향후 10년간의 충분한 에너지 공급에 대한 신뢰성 있는 전환 계획이 없다면 재생에너지로의 완전한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제 그러한 의심은 더욱 짙어졌습니다.

밀과 곡물의 부족은 브라질 같은 나라에서 생산량 증가를 촉발할 것이고, 이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파괴를 막기 위한 노력을 더욱 까다롭게 할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 환경적 요구와 적당한 가격의 식량 공급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조화시킬 수 있을까요?

전쟁은 ESG에 집중하는 투자자들이 방산기업들을 바라보던 시각을 바꿔 놓을까요? ESG에 초점을 맞춘 투자자들의 대부분은 방산기업 투자를 자제해 왔지만, 만약 이러한 기업들이 우크라이나와 이웃나라들, 그리고 유럽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데에 핵심적이라고 여겨진다면 이 태도 또한 달라질 수 있습니다. ESG 분석 시에 개별국가정부들의 행태에 보다 높은 가중치를 두어 판단해야 할까요? 만약 그렇다면, 가중치를 어떻게 둬야 할까요? ESG관련 이슈들과 씨름하기 위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당사는 펀더멘탈 리서치와 적극적인 개입을 적용하여 이러한 복잡한 이슈의 모든 측면을 이해하고, 더 나은 ESG와 경제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시각을 달성하고자 합니다.

전장의 안개 속에서 분쟁이 우리가 살아가고 투자하는 이 세계를 어떻게 바꿔 놓을 것인지에 명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향후 수년간 국가와 기업을 분석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을 바꿔 놓을 이슈에 대해 투자자들이 지금이라도 생각의 틀을 형성하기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기 견해는 AB 내 모든 운용팀의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며 추후 수정될 수 있습니다. 본 자료는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특정 증권 및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 투자 조언 또는 추천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됩니다. 본 자료에 제시된 견해 및 의견은 AB의 내부적 예측에 기초하며, 미래 시장 성과에 대한 지표로 삼을 수 없습니다. 이 자료에서 언급한 어떤 전망이나 견해도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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