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3

인플레이션 변동성을 이겨내는 멀티에셋 전략

9 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근 40년 간의 최고점에 가까운 상황에서, 멀티에셋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이례적인 거시경제 환경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장기화된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소비자 신뢰를 갉아먹었고 중앙은행의 강경한 반응을 촉발했습니다.

 

소비자들은 견조한 노동시장과 탄탄한 대차대조표의 덕을 보고는 있지만, 여전히 고가의 내구재 구매를 꺼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에너지 가격의 급등은 그 자체만으로도 개인 소비의 1%가량을 감소시켰습니다. 모기지 금리의 급등이 구입능력을 추가적으로 감퇴시킴에 따라 주택시장 역시 냉각되기 시작했습니다. 금리 인상경로 및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수반될 것으로 전망되는 경기침체 정도에 대한 불확실성은 기업 신뢰를 떨어뜨렸고, 시장 변동성은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현재의 높은 수준에서 오는 인플레이션 경로는 경제 환경과 자본시장 모두에 큰 영향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된다면, 가처분 소득에 여력이 생기고 재정 여건의 불확실성이 낮아지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 심화로 인한 충격은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확률이 높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정점에 다다른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역사적 고점에 가까움

최근의 인플레이션 진정 기류는 시장에 중앙은행의 정책이 효과적이라는 자신감을 주고 있으며, 금리인상경로에 따른 꼬리 위험(tail risks)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은 이미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이며, 물가 상승을 이끌었던 팬데믹에 따른 광범위한 수요공급 불균형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한편, 경제성장은 포스트 팬데믹 고점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둔화되어 있습니다. OECD 복합선행지표나 구매관리자지수(PMI) 같은 핵심 경제활동 데이터들은 경제성장이 추세성장률 아래에 머물며 둔화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경기둔화를 일으킨 핵심원인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해 억눌렸던 수요의 해소, 긴축적 통화정책, 그리고 감퇴하는 소비자 및 기업 신뢰를 들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이 추세성장률 이하에 머문다면 인플레이션도 낮은 상태에서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긴축의 폭이 갑작스럽게 커지는 상황만 아니라면 경제성장의 둔화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플레이션 경로는 향후 자산 클래스의 성과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따라서 멀티에셋 투자자들이 요즘과 같은 험난한 시기를 현명하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경로의 변경 시그널을 주시해야 합니다.

인플레이션 방어법: 가장 취약한 부분부터 시작하라.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탐색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자산 클래스 수익률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고인플레이션은 자산 클래스 성과의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해 왔습니다. 급격하게 상승하는 물가는 실질 수익률(인플레이션이 반영된 수익률)을 악화시키며 투자자들이 피해가기 어려운 리스크로 작용합니다. 그 결과 주식, 국채 및 회사채 등 주요 자산 클래스의 실질 수익률은 고인플레이션 하에서 모두 평균 이하를 기록했으며, 오직 원자재만이 평균 이상의 수익을 보였습니다. (하단 그래프)

실제로 1960년 이래 주식, 회사채, 국채, 원자재가 혼합된 포트폴리오의 연평균 실질수익률은 전 기간 5.5%를 유지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역사적 평균인 3.1%를 넘은 경우에는 수익률이 3.1%에 불과했습니다.

고인플레이션 기간 동안에는, 인플레이션의 정도뿐만 아니라 추세 역시 수익률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높은 동시에 상승하고 있을 때에는 주식, 회사채 그리고 국채 모두 마이너스(-) 실질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시장은 미래의 금리인상을 반영하여 가격을 평가하고, 이는 국채 금리인상으로 이어지며 일반적으로 채권 수익률을 악화시킵니다. 금리 인상은 성장전망에도 영향을 미쳐 보통 이하의 주식 실적으로 이어집니다. 투자자들은 원자재 같은 실물 자산에 끌리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선별적으로 사용될 경우 효과적인 인플레이션 방어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주식과 채권은 인플레이션이 높고 상승기일 때 서로의 추세를 더 따라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채권 다양화의 전통적인 이점을 감소시킵니다.

 

인플레이션이 높지만 하락하는 추세일 때는 주식, 국채와 회사채가 모두 높은 수준의 플러스(-) 실질 수익률 (주식의 경우에는 두 자릿수 성과)을 보이며 정반대의 현상이 목격됩니다. 하락하는 인플레이션은 보다 느슨한 통화정책을 가능케 하고, 채권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며 금리를 하락시킵니다. 더 낮은 금리는 성장 전망을 끌어올리며 이는 주식을 뒷받침합니다. 통상적으로 금리 하락과 신용스프레드 축소 모두 채권에 호재로 작용합니다. 한편 원자재는 인플레이션이 높지만 하락하는 추세인 경우 마이너스 실질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체계적인 시그널은 멀티에셋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추세 변화에 따라 주식을 분배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위의 관찰결과에서 나타나듯, 인플레이션 추세의 변화는 금리 추세의 변화와 함께 주식 익스포저 시점을 결정함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지표입니다. 인플레이션 시그널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에 더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감안한다면, 주식 추세와 신용 여건은 이에 비해 다소 덜 효과적인 지표로 나타났습니다. (하단 그래프)

 

앞으로의 인플레이션: 두가지 요인의 경합

2022년 마지막 분기를 맞이하며, 당사는 향후 인플레이션의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 다양한 장단기 흐름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고인플레이션 환경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 수요공급 불균형은 개선의 징후를 보이고 있습니다. 재화와 서비스의 소비믹스는 정상으로 회귀하고 있고, 물류 압력은 완화되고 있으며, 재고와 수주잔고는 역사적 평균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한편, 고인플레이션을 유발한 또 하나의 특수 요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충격이었습니다. 분쟁이 계속됨에 따라, 잠재적인 천연가스 공급 교란은 점점 유럽에 가까워지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화석연료의 대체적 원천, 러시아발 공급의 대체, 재생에너지 채택의 가소화 등으로 글로벌 공급은 이에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각국은 원자재 관리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결과로, 원자재 가격은 2022년 6월의 정점 대비 15%가량 떨어진 상태입니다.

전세계적인 재정 및 통화 긴축 기조는 명백히 인플레이션 정상화 프로세스를 가속화했습니다. 비록 인플레이션이 지난 수십년 간 가장 높은 지점까지 올라가기는 했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은 정도 이상으로 괴리되지 않았고, 이는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굳건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위기로 가속화된 신기술의 도입은 계속해서 생산성과 생산의 향상을 이끌 것으로 보이며, 장기적으로 비용이 절감될 것입니다. 탈세계화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무역전쟁을 강요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그 충격의 정도를 거론하기는 많이 이릅니다. 또한 이러한 조정이 리쇼어링(공급망을 본국으로 재배치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인지, 아니면 프렌드쇼어링(공급망을 우방국으로 이동시키는 것)으로 나타날 것인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다음 몇 분기 동안에 점진적으로 둔화된다면, 이는 위험자산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추세성장률 이하의 경제성장은 수요공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고, 우리는 변곡점이 될 지도 모르는 다음 라운드의 인플레이션 리포트를 지켜볼 것입니다.

탄탄한 기반의 기업들, 그러나 순탄치만은 않은 앞날

최근 기업 리포트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정상화 테마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소비 믹스는 리밸런싱되고 있고, 재고는 판매 수준을 따라가고 있으며, 고용 격차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아직도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은 신규 고용을 늦추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지만 노동시장은 아직 탄탄합니다. 실질 산출량 수준이 코로나 이전 수준 대비 3%가량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급여지불액은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높은 마진을 고려하면, 기업들은 노동을 “비축”할 의지와 능력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기업 투자의 예상치를 나타내는 선행지표인 자본 지출 의도(capital spending intentions)를 살펴보면, 투자 성장이 현재 수준(하단 좌측 그래프)보다 둔화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 투자와 고용이 과도하지 않음을 볼 수 있으며, 이는 극단적인 정책결과가 아니라면 기업 활동의 하락폭이 제한적임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섹터별로 패턴이 다르기는 하지만, 기업의 이익 마진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한참 상회하고 있어 마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하단 우측 그래프) 예를 들어 에너지와 자동차 수익 마진은 역사적 수준을 한참 뛰어넘고 있지만, 경기순환주는 팬더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전 개선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원자재 가격이 정점에 도달함에 따라, 당사는 에너지 섹터의 마진이 떨어짐과 동시에 소비재 마진이 개선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주택 섹터는 약간의 균열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건설사들은 마진이 역사적 추세보다 높다는 점과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의 가격상승분 중 일정 부분을 양보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AB는 계속해서 경기 사이클 변동을 반영하여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조정할 것이고,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미 도달했다는 증거를 탐색할 것입니다. 앞으로 접어들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 고인플레이션 하락국면으로의 전환기에 익스포저가 과소한 주식과 듀레이션 비중을 줄이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당사는 중립에 가까운 자산 분배가 적정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국채는 이미 적용된 것 이상의 기대 금리 인상을 반영하여 가격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한편 원자재에 대한 롱 익스포저는 둔화되는 경제성장, 공급 조정 및 인플레이션 추세의 변동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이제는 덜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는 징조들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지만, 아직 완전한 경기침체가 불가피한지는 불분명합니다. 인플레이션을 이겨내는 효과적인 멀티에셋 전략인플레이션을 이겨내는 효과적인 멀티에셋 전략을 위해서는 다양한 범위의 자산 클래스들을 탐색하는 노력과 여건의 변화에 따라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기민함이 필요할 것입니다.

상기 견해는 AB 내 모든 운용팀의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며 추후 수정될 수 있습니다. 본 자료는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특정 증권 및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 투자 조언 또는 추천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됩니다. 본 자료에 제시된 견해 및 의견은 AB의 내부적 예측에 기초하며, 미래 시장 성과에 대한 지표로 삼을 수 없습니다. 이 자료에서 언급한 어떤 전망이나 견해도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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