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개월간 주식시장이 등락을 거듭한 반면, 하이일드 채권은 꾸준한 성과를 보여왔습니다. 특히 2분기 강세 이후, 하이일드 채권은 2025년 현재까지 가장 우수한 성과를 기록한 채권 자산군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견고한 펀더멘털, 높은 수익률, 보수적인 재무 전략 등을 바탕으로 이러한 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추가 관세 발표와 강경한 무역 관련 발언에 이어 투자자들은 최근 예상보다 둔화된 고용 지표와 경기 둔화의 증거들을 소화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이러한 경제적 리스크가 하이일드 채권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을까 예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견조한 펀더멘털이 타이트한 신용스프레드를 뒷받침함
최근 미국과 유럽 시장이 다소 둔화된 흐름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기업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한 수준입니다. 물론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상향 조정보다 많고, 이자보상배율과 EBITDA 마진이 다소 약화됐습니다. 그러나, 부실기업들이 대대적으로 시장에서 정리되고, 전반적인 신용 등급이 개선되었던 팬데믹 기간 이후의 매우 견고한 수준으로부터 이러한 펀더멘털의 조정이 시작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지표들은 현재 장기적인 평균 수준으로 점차 회귀하는 추세입니다. (하단 그래프)
현재 신용스프레드가 타이트한 상황이지만, 이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는 않습니다.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는 스프레드가 전체 수익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수익률을 결정하는 요소가 스프레드가 아니라 금리 수준 그 자체라는 점입니다. 채권의 스프레드는 국채 대비 어느 정도의 신용 리스크를 가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반면, 최저수익률(Yield to Worst)은 국채 금리와 신용스프레드를 모두 고려한 채권의 기대 수익률을 나타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시장 환경에서도 최저수익률은 향후 5년간의 기대 수익률을 가늠하는 데 있어 신뢰할 만한 지표로 활용됩니다. 현재 하이일드 채권의 최저수익률은 최근 10년 범위 내에서 상위 25% 수준에 근접해 있습니다(하단 그래프). 이처럼 높은 수익률을 감안할 때, 향후 수년간 하이일드 채권은 주식과 견줄 만한 수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물론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4월에는 신규 관세 발표의 여파로 스프레드가 일시적으로 확대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이일드 시장은 견조하게 반응했고, 이후 스프레드는 다시 축소됐습니다. 이는 스프레드가 장기간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는 점과, 오늘날 하이일드 채권 시장의 펀더멘털이 견조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다만, 향후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에 따라 단기 금리가 하락할 경우, 스프레드 역시 다소 확대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금리 하락은 하이일드 채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스프레드가 확대되더라도 하이일드 채권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무역 관련 이슈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스프레드 변동성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수익률 수준은 스프레드 확대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완충효과를 충분히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이는 하이일드 시장의 회복 탄력성을 보여줍니다.
무역 불확실성이 기업의 재무 건전성 강화로 이어짐
무역 불확실성은 금융시장을 흔들고 미국의 교역 상대국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재무 구조 건전성을 강화하는 의도치 않은 효과도 가져왔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는 예산 계획 수립이 어려운 만큼, 하이일드 채권 발행 기업들은 관망하는 자세로 관세 및 무역 상황이 어떻게 안정될지 지켜보면서 운전자본을 확충하고 부채 수준을 관리 가능한 선에서 유지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이와 같은 보수적인 접근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순 발행 규모가 제한적인 점과 발행사의 자금 사용처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신규 발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그 자금이 차입매수(leveraged buyouts, 레버리지 바이아웃)나 인수합병(M&A) 자금으로 활용된다면, 이는 시장과 투자자 전체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러한 움직임은 관측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신규 채권 발행은 대부분 기존 부채의 만기 연장이나 리파이낸싱 목적에 국한되어 있습니다(하단 그래프). 이는 스프레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하이일드 시장 전반의 건전성을 뒷받침하는 우호적인 기업 활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설령 외부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시장 내 과잉 요소들이 대부분 제거되었기 때문에 하이일드 시장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합니다.
무역 전쟁은 발행 기업들로 하여금 부채 관리를 더욱 신중하도록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만기 집중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크게 해소시켰습니다. 지난 30년간 투자자들은 향후 2~4년 내 대규모 채무 만기가 도래하는 만기 장벽(maturity wall)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우려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발행사들이 조용히 리파이낸싱을 진행하고 있고, 단기 만기 물량도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우량 기업에 집중되어 있어 우려될 만한 상황 대부분은 무난히 지나갔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하이일드 채권이 경제 충격에 완전히 면역이 있거나 경기 침체로부터 자유롭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현재 하이일드 시장은 우수한 신용 수준, 높은 수익률, 그리고 발행사들도 재무 구조를 신중하게 관리하고 있어, 다소 심심해 보이는 하이일드 채권 시장이야말로 오히려 예측 불가능한 현재 시장을 헤쳐 나가는 데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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