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이슈는 대개 뉴스 헤드라인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중동의 분쟁은 이미 에너지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으며, 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얼마나 빠르게 전이될 수 있는지를 다시금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유가는 이러한 영향이 전달되는 핵심 경로이며, 유가의 상승 폭과 고유가의 지속 기간은 향후 성장, 인플레이션, 정책 전망을 좌우하며 채권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전쟁의 파급 경로, 유가
이란 전쟁은 경제와 금융 시장을 교란할 잠재력을 가진 일련의 충격 중 가장 최근에 일어난 사례입니다. 만약 분쟁이 빠르게 해결되고 에너지 가격이 하락한다면 이번 충격은 단기에 그칠 수 있습니다. 반면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보다 큰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현재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불확실성'뿐입니다.
분쟁이 격화되기 하루 전인 2월 27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약 67달러 선에서 거래되었으나, 이후 불과 10일 만에 1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고유가의 ‘지속성’입니다. 연료비가 오르면 정부, 가계, 기업은 에너지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하고 다른 부분 지출은 줄이게 되어,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는 중앙은행에게도 쉽지 않은 과제를 제시합니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할지, 아니면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할지 판단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딜레마는 연준(Fed)과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적인 상황을 지켜보며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중국의 경우 현재의 공급 차질에 대응할 수 있는 원유 비축량을 확보한 반면, 다른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는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고, 대부분 중동산 원유 및 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여력이 제한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2022년의 재현인가?
현재의 오일 쇼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되며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인 긴축에 나섰던 2022년과 비교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채권 시장이 주식과 함께 큰 폭으로 하락하며 현대 채권 시장 역사상 가장 부진한 해로 기록되었습니다. 다만 현재의 상황은 그때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정책금리는 더 이상 제로금리 수준이 아니며, 팬데믹 이후의 경제 재개(reopening)에 따른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재정 여력 또한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중앙은행은 더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직면해 있습니다. 공급 주도의 충격 상황에서 긴축을 강행하면 이미 취약해진 거시경제 환경을 악화시키고 금융 불안을 높일 수 있는 반면, 반대로 대응을 유보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 상황이 2022년과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당시처럼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금융 시장은 변동성이 컸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해왔습니다.
다만 지정학적 갈등은 복잡하고 예측이 어렵습니다. 채권시장에서도 인플레이션과 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조건은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동시에 지역 및 섹터 간의 성과 차이를 확대하여 액티브 투자자에게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높아진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채권 투자자들이 회복 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6가지 투자 전략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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