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연초에는 지정학 및 경제적 관점에서 세대 교체 수준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세 정책이 투자 업계의 즉각적인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하지만, 변화의 본질은 그보다 훨씬 깊은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정책 발표들은 방위, 달러, 무역, 부채 등 상호 연결된 이슈들에 의해 저성장과 높은 변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투자 환경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본질적으로 새로운 지정학적‧경제적 질서의 형성을 의미하며, 특히 미국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미국 자산 매수 의지를 시험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정책 변화가 극도로 잦은 현 상황에서는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사는 투자자들이 이러한 단기 변동성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주식 자산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의 투자 환경은 지난 40년간보다는 덜 우호적일 수 있으나, 저성장과 고물가가 지속되는 시대에서는 실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 배분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주식시장은 가장 규모가 큰 실물 자산이며, 일정 수준 이상의 주식 비중은 여전히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전략적 관점 재검토
올해 들어 ‘미국의 예외주의는 끝났다’는 견해가 여러 차례 제기되었습니다. 하지만 AB는 이 의견과는 다른 입장입니다. 미국은 자금 유입과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분명히 예외적인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다만, 이러한 예외성이 사라질 경우, 시장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에 약세장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도 마냥 반가운 조합은 아닙니다.
최근 몇 년간 누적된 주식 자금 흐름을 보면, 미국은 여전히 다른 지역을 크게 앞서고 있습니다. (하단 그래프) 단기 성장 전망이 급격히 둔화되고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역사적 고점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주식에서 단기적으로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당사는 미국과 비(非)미국 주식 간의 누적 자금 격차가 반드시 역전되어야 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밸류에이션은 분명 중요한 요소이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의 성과가 다른 지역에 비해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성장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지난 30년간 지역별 상대 성과는 주로 상대적인 이익 성장률에 의해 결정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전략적으로 미국 비중을 낮춘다는 것은 미국 기업의 이익 증가율이 다른 지역보다 뒤처질 것이라는 전제를 두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미국의 우수한 이익 성장 가능성은 결국 미국 예외주의에 기반한 전략적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 미국은 다른 선진국이나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인구 구조 전망을 보이고 있습니다.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은 둔화되더라도 여전히 플러스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다른 지역은 본격적인 감소 국면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 미국 기업들은 구조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술 산업의 지속적인 성공은 향후에도 높은 마진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 미국은 다른 주요 경제권보다 공급망의 지리적 안정성이 뛰어나며, 에너지 자급 능력 또한 유럽, 중국, 일본 등과 비교해 미 독보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미국 내 투자 시장의 압도적인 규모가 제공하는 다양한 경제적 이점도 존재합니다.
• 세계 기축통화로서 지니는 달러의 지위 역시 중요한 전략적 강점입니다.
미국 예외주의 약화 가능성에 대한 시각
미국 국채 및 달러 전망에 있어서는 미국 예외주의가 약화될 수 있다는 근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오랜 기간 우려해왔던 미국의 재정 지속 가능성 문제가 지난 1년 사이 더욱 심각해 졌습니다. 미국 의회예산처(Congressional Budget Office, CBO)는 2050년까지 미국의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5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단 그래프)
당사는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는다고 해서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비율이 상승함에 따라 외부 충격에 의해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할 위험은 커질 수 있습니다. 금리가 더 이상 지속적으로 하락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높은 부채를 가진 국가일수록 이러한 위험에 더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정부 지출에서 이자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우려되는 요소입니다. 실제로 2024년에는 미국의 부채 이자 지출이 현대 역사상 처음으로 국방 예산을 초과했습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정부가 실질적인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다소 높게 유지하는 편이 세금을 급격히 인상하거나 재정 지출을 대폭 삭감하는 것과 같은 강경한 조치보다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구조적으로 더 높고 변동성이 큰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는 환경이 미국의 명목 장기채권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방어 자산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라라고(Mar-a-Lago), 부채 그리고 미국 달러
재정 지속 가능성과 더불어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또 다른 우려는 외국인 채권 보유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미국의 정책 변화 가능성입니다. 당사는 이러한 두 가지 우려 모두 미국 달러에 대한 투자 비중을 헤지할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생각합니다.
AB는 1985년 달러 평가절하를 위한 국제 협정인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를 계승하는 성격의 조치로, 이른바 ‘마라라고 합의(Mar-a-Lago Accord)'를 통해 글로벌 채권 보유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최근 사례로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에 포함된 섹션 899 조항이 있습니다. 이 조항은 ‘불공정한 외국 세제’를 운영하는 국가에 대해 더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치들이 실제로 시행될지는 불확실하지만, 이처럼 극단적인 정책 불확실성은 투자자의 미국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미 달러와 미 국채에 대한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당장 달러가 기축통화로써의 지위를 위협받을 가능성은 낮지만, 그 방향성이 달러에서 점차 이탈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면 달러를 보유하려는 의지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게다가 국제 무역의 대부분이 달러로 거래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과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무역 규모가 감소한다면 글로벌 투자자들의 달러 수요 또한 감소하게 됩니다. 이러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당사는 달러의 향후 전망이 점진적으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으며, 과거와 같은 안전자산 역할도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달러 자산 비중을 보다 적극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이유는 최근 정책 발표와 관련된 여러 잠재적 부정 시나리오들이 위험자산과 달러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 비중에 균형을 더해줄 방어적 자산
인플레이션을 상회하는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주식은 여전히 핵심 자산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보완할 방어적 자산으로는 무엇이 적합할까요?
국채가 리스크 완화 및 분산 효과 측면에서 예전만큼 효과적이지 않다면, 보다 폭넓은 자산군으로의 비중 확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사모 자산이나 팩터 기반 투자가 포함될 수 있으며, 특히 저변동성 전략이 대체로 효과적이었습니다. 또한 액티브 운용 전략도 고려할 만하며, 투자등급 크레딧 역시 상대적인 밸류에이션 매력보다는 일부 미국 국채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주목해볼 수 있습니다.
최근 무역 불확실성 속에서도 금은 매우 우수한 성과를 보였으며, 역사적으로 주식과의 상관관계가 0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금은 포트폴리오에 일정 비중을 차지할만한 자산으로 평가됩니다. 이는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앙은행들의 금 수요는 앞으로도 견조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으며, G7 국가들 모두 높은 부채 부담을 안고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거나 자국 통화 가치를 금 대비 절하시키는 전략이 매력적인 정책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상기 견해는 AB 내 모든 운용팀의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며 추후 수정될 수 있습니다. 본 자료는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특정 증권 및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 투자 조언 또는 추천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됩니다. 본 자료에 제시된 견해 및 의견은 AB의 내부적 예측에 기초하며, 미래 시장 성과에 대한 지표로 삼을 수 없습니다. 이 자료에서 언급한 어떤 전망이나 견해도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