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주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해임하거나 사임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정치권에서 떠도는 각종 추측성 보도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며,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인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다만 연준의 독립성을 약화시키려는 움직임은 자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에 따른 시장 반응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앙은행 독립성에서 얻는 역사적 교훈
당사가 보기에 핵심 쟁점은 현직 의장 개인이 아니라 기관 자체의 독립성입니다. 1913년 제정된 연방준비법(Federal Reserve Act)은 중앙은행이 정치나 선거의 직접적인 영향 없이 통화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습니다. 이후의 개정에서도 연준의 역할과 정치 시스템의 작동은 명확히 구분되어 유지됐습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보장될 때 경제 성과가 더 우수하다는 근거는 충분합니다. 예를 들어 1970년대에 연준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금리를 인하했지만,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 급등해 거의 10년간 높은 수준이 이어졌습니다. 1980년대에는 폴 볼커 전 의장이 연준의 독립성을 재확립하고 금리를 과감히 인상해, 비록 경기 침체라는 대가를 치르긴 했지만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선거나 정치적 감독을 받는 기관이었다면 감행하기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했을 수도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중앙은행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했을 때 높은 인플레이션이 자주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제학자와 시장 분석가들은 비록 그 조치가 선출된 정치 지도자의 뜻과 다를지라도 연준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필요할 때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더라도 반드시 내려야 하는 결정을 가능하게 합니다.
연준의 독립성이 약화될 때 시장의 반응
연준의 독립성을 약화시키는 조치가 실제로 시행된다면,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예상해야 할까요? AB는 초기 시장 반응으로 미 국채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가 급격히 가팔라지며, 단기물과 장기물 간의 금리 차이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단기물 금리는 하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차기 연준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에 맞춰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반면, 장기물 금리는 다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으며, 오히려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금리 인하가 빠르게 이루어질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급격히 높아질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장기 미국 국채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이는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경우 해당 채권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익률 곡선은 이미 가팔라지기 시작했으며, 과거 사례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흐름은 더 이어질 여지가 있습니다. (하단 그래프)
달러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경우 달러의 구매력은 약화되고, 투자자들은 보다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을 찾게 될 것입니다. 금이나 암호화폐와 같은 자산은 다소 투기적인 성격이 있지만, 연준의 독립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자산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두 자산 모두 달러의 대체재이자 효과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준의 독립성 약화가 주식 시장에 미칠 영향은 불확실합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주식 시장의 핵심 동력인 장기 경제 성과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이 부각되면,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매력 요인이 되어 시장을 지지할 수 있습니다.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상황은 전례가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예측하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당사의 시각에서는 자산 가격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설명하는 것이 그 변동 폭을 가늠하는 것보다 비교적 수월합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연준 의장의 해임이 금융시장은 물론, 전반적인 경제에도 매우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기 견해는 AB 내 모든 운용팀의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며 추후 수정될 수 있습니다. 본 자료는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특정 증권 및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 투자 조언 또는 추천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됩니다. 본 자료에 제시된 견해 및 의견은 AB의 내부적 예측에 기초하며, 미래 시장 성과에 대한 지표로 삼을 수 없습니다. 이 자료에서 언급한 어떤 전망이나 견해도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